1983년 12월 본인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남겼던 글 하나를 소개해 봅니다.
열사의 땅 삭막한 사막
중동의 하늘아래
4개여월 풋내기 생활로 내게 가져다 준 것은
근면성과 참아내는 인내성을 배우게 하는 것 같다.
먼동이 트기전 이른 새벽부터
식사를 마치고
안전모를 쓰고 각자 삶의 현장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중략...
이세상의 인간을 나눌 때 3부류로
나눈다고 언젠가 들은 이야기가
머리에 떠오른다.
꼭 있어야 할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그리고 있어서는 아니 될 사람
이중에 나는 과연 어디에 속하는 사람일까..
하찮은 곤충인 벌을 보드라도 꿀벌은
몇십리 밖까지 꽃을 �아가 봉우리마다
다니면서 가슴에 한아름씩 꿀을 따오는
근면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인간에게 필요한
꿀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곤충인 반면
꼭 필요한 곤충이다.
그런데 개미는 비록 부지런하고 근면하나
인간과는 어떠한 교환적 관계가 없는
곤충으로 생각한다.
반면 거미는 어떠한 곤충인가...
우리가 흔히 자기의 힘으로
일을 해결하거나 생활해 나가지 않고
부당하고 야비한
방법으로 남의 힘과 재산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자기의 욕구를
채우는 사회적인 벌레를 거미로
일컫는다고 하였던 것 같다.
물론 인간이 사회 생활을 통해
일확천금이니 한탕 치기니 하며
단기간에 엄청난 소득을 올리기란
불가능한일 만약 가능하다면 그것은
분명히 부당한 방법을 동원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한 거미는 이사회에서 없어져야 한다.
내가 비록 남에게 혜택을 주고 은혜를
베푸는 꿀벌은 못 될지라도 결코
거미는 되지 않으련다.
오히려 거미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바로 꿀벌이 되려는 의지와 같다고 나 할까..
한 번 나오면 2년 또는 3년의 긴 세월을
사막의 땅에서 보낸 선배들을 볼 때
풋내기인 나로서는
그들을 우러러보며 근면성 인내성을
본 받아 내 위치를 조명해본다.
황혼이 어우려져 가는
까마득한 열풍의 대지 위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해외근로자 ...
우리들은 진정 내 가정을 위해
정직한 땀방울을 흘리는
꿀벌들이라고 생각해본다.
1983년 12월
사우디 아라비아 쥬베일
정유공장 신축현장에서.. 김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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