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빌리지(2)

실개천 단상 ..

특우 2007. 9. 27. 11:18
이곳을 찾으시는 님들 ~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동대산-

포항 중앙상가 거리에 생겨난 실개천에 관한 글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동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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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찜통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시나브로 가을이 완연하다. 
출퇴근길 도로변 곳곳에도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계절은 이렇게 
순리를 지킨다. 
우리네 살아감도 저랬으면 좋으련만 연일 언론지상을 달구는 정권 말 측근비리에 
서민들의 어깨는 더 처져만 가고 있다. 
끝없는 탐욕과 지나친 욕망이 궁극에는 파멸로 몰아가고 있다. 
권력을 가졌다고, 돈을 가졌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쳐 대는 그네들의 추태를 보며 
다시 자연을 생각해 본다. 
자연은 욕심이 없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온다. 몇 해 전 
열반하신 성철 큰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란 높으신 큰 뜻을 새기고 
또 새겨야 할 때인 것 같다.
인간의 삶에 있어 물은 필수다. 공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듯이 물이 없으면 
살수가 없다. 
물은 정직하다. 항상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펌프로 퍼 올리지 않으면 말이다. 
우리 몸의 70% 물로 구성돼 있다고 하니 물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물의 특징 중 하나는 또 함께 하는 것이다. 물과 물이 섞이면 구분되지 않는다. 
그만큼 물은 나와 너를 구분하지 않는 우리가 된다.
지난 주말 두 꼬마 녀석들과 서점에 가기 위해 포항시내 중앙상가에 들어섰다가 
깜짝 놀랐다. 도심 한복판에 실개천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내게 실개천은 남다른 추억이 담겨져 있다. 
동무들과 발가벗고 물놀이도 하고, 미꾸라지도 잡고, 멱도 감았던 그 실개천의 
무지갯빛 추억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포항 시내 최고의 번화가에 실개천을 만들 생각을 
다 하다니. 내심 무척 놀랐다. 
그렇지 않아도 시청사 이전 등으로 북구지역 도심공동화 현상을 우려했던 차제에 
중앙상가가 실개천이 흐르는 멋진 풍물거리로 변한 것을 보고 50만 포항시민으로서 
새삼 자긍심이 생겨났다.
포항출신 30~40대들에게 있어 시내 우체국거리는 추억의 약속 장소이다. 
육거리에서 포항역까지 약 1km 남짓 되는 그 거리를 실개천을 따라 걷다보니 따뜻하고 
포근했던 기억들이 스물스물 되살아났다.
그 지난 기억들에 대한 새로운 추억들이 보태지며 인생이 더 두터워 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서 총총 걸어가는 두 꼬마 녀석들에게 이 실개천은 어떤 빛깔의 추억으로 남을까?
세대를 잇고 추억을 잇는 물이 흐르니 마음이 정겹다.
물과 물이 만나면 하나가 되듯 도심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을 따라 걷는 시민 모두가 
한마음이 된듯하다.
이제 며칠 후면 민족의 명절 한가위이다. 
명절날 고향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공동체로서 우리를 느끼게 해주는 만남의 장소로 
실개천이 흐르는 포항 중앙상가를 권하고 싶다.
글 출처 / 포항시 홈페이지
글 쓴이 / 정승화(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 행정지원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