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31 상 하옥향우회 고향 경계산행 후(통점재~성법령)
향우회 회장(정성태)님께서 한바위를 소재로 남기신 글 하나를 소개해 봅니다.
한바위
당신께서는
태초(太初)부터
이고을 서쪽산 능선 한가운데 자리 하시어
이고을 사람들의 생사고락을
빠짐 없이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동쪽으로
오목등을 지나
멀리 향로봉 높은 하늘 위로
아침해가 떠오르고
하루가 열리고
서쪽으로
구암산 긴 자락 넘으로
해가 저물고
하루가 닫히는
수없이 되풀이된 이고을의 역사를
당신께서는 빠짐 없이 지켜 보고 계셨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꽃피고, 새울고,
움트고, 낙옆지고,
비가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이고을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을
당신께서는 다 기억하고 계십니다.
오늘 이고을에 태어나고 자란
저희들이
당신 품을 찾아 왔습니다,
멀리서 우러러 보기만 했던
당신 품에 이렇게 처음으로 찾아와 안겼습니다.
당신께서는
오늘 저희들을 기다리고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저희들 기억속에 아스라히 묻혀있는
어머니 품속 같은 이고을
당신이 앉아 계신 큰골에서 시작하여
점골, 무시랍대, 통짐이재, 바가치등. 짓골.
노구잘펀디기,뿔근디, 못골, 안수밭, 간재이재,
지름틀등.절목지,넘은절,오목등,손티,마흔골,
안산, 배비재. 굇재,새알재.갈밭재, 먹방골.당못.
장터.윗골 상윗골..........
어린 시절 저희들의 꿈이 고스란히 묻어있고
아직도 저희들의 부모님과 형제들이 모여 사시고
오늘 저희들을 이렇게 있게 해준
모두가 정다운 이름 그대로
모두가 꿈같은 모습 그대로
한눈으로 보여 주고 계시는 당신!
말씀해 주십시오
이 고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희들의 삶과
저희들의 사랑과
저희들의 애환과
저희들의 죽음까지
저희들이 타고난 운명의 모든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께서는
태초부터 이고을을 지켜오신 주인이지
않으십니까.
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
삶은 그렇게 쉽게 얘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저희들의 이 가벼운 보채임을 꾸짖어 주십시오
어리석고, 교만하고,
이기적인 저희들을 꾸짖어 주십시오.
서로 믿고 사랑하고,
이고을의 긍지를 더럽히지 말라고
꾸짖어 주십시오.
여기 찾아온 저희들에게
힘과 용기를 가지라고
어려워도 참고 기다리는 지혜를 가지라고
욕심 부리지 않고 오직 최선을 다하는
이 고을을 고향으로 태어난
자랑스런 한 형제들이 되라고
그 길을 타일러 알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항상 건강하라고
친히 당신께서 격려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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